0
@paniscoelicus
아까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 로마서 1:24-32의 해석을 올리려고 했는데, 워낙 복잡한 이슈(수사학, 바울논증의 성격, 그리스로마철학에서 욕망의 문제 등)가 얽혀있어서 몇개의 트윗으로 정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그래도 성긴 글이라고 써야할까?
@paniscoelicus
잠정적 결론(모든 해석적 활동은 잠정적이다)은 이 구절에서 바울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 사실 그간 바울이 반대하는 바가 성인과 미성년자의 동성애, 혹은 동성애를 통한 여성화를 반대하는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었는데 설득력이 약함
@paniscoelicus
그러나 바울의 관점을 현대에 적용하는 것에도 심각한 난점들이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바울윤리의 원천은 구약, 유대교할라카, 그리스도사건으로부터의 유추, 그리스도의 몸윤리 등이 있는데, 동성애에 대한 견해는 구약및 당대유대교의 견해에 기인한것이다.
@paniscoelicus
동성애 반대를 그리스도사건에 비추어 해석하지 않은 것에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바울은 동성애가 그릇되다는 것을 "자연에 거스르기"때문이라고 했는데, 이는 스토아주의나 그리스로마문화의 사회통념(유대교포함)에 호소하는 것이다. 엄밀한 추론이 아님.
@paniscoelicus
여기에서 바울이 전개하는 논증의 성격을 살필 필요가 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사회통념에 호소하는 것이라면 (즉 스토아의 윤리를 빌어온 것이 아니라면), 이를 수사학의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수사학은 철학/번증학과는 달리 통념을 전제로 하는 것임.
@paniscoelicus
다시 말해서, 수사학에 기반한 논증은 청자/독자를 설득할 때, 그들이 "일반적으로" 납득할만한 견해를 근거로 추론, 결론을 낸다. 바울은 롬 1장에서 이방인의 전반적 죄, 2장에선 유대인 전반의 죄를 "기소"하는 것이고 과장된 주장도 종종 사용한다.
@paniscoelicus
바울사고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미리 답을 가진 상태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찾는 구조. 다시말해서, From Plight to solution. 예수가 인간문제의 최종 답이라면 그 답이 풀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라는 식의 사고 흐름이다.
@paniscoelicus
예수가 인류문제의 해답이므로 "모든"인류는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식의 사고가 바울 사고의 바탕이다. 20세기가장 영향력있는 신약학자 Sanders는 이러한사고가 로마서1-2장에서 나타나는 gross exaggeration의 이유라고.
@paniscoelicus
이러한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것은 로마서 2장에서도 얼핏 볼 수 있듯이 바울자신이 이방인들 중에서도 본성에 따라 신의 율법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고 보았다는 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모두가 죄인이 아니라 의로운 사람도 실제 있다는 것!
@paniscoelicus
롬1장에서 바울은 동성애를 신의 진노의 원인이 아니라 진노의 결과로 기술한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이성적으로 제어되지 않는 욕망의 문제로 바라본다. 그리스-로마 철학에서 욕망(에피투미아)의 문제는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비이성"의 문제로 진단한다.
@paniscoelicus
이러한 배경 (이성적 self-mastery의 실패로서의 동성애)에서 "진단"된 동성애에 대한 견해를 과연 현대 독자들이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보수-진보교단마다 다를 것이지만, 최소한 문자적 해석에 무리가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paniscoelicus
다시 통념의 문제로 돌아가자면, 바울은 먼저 여성끼리의 동성애를 먼저 언급하고 그 뒤에 남성의 동성애를 언급한다. 당시사회에서 레즈비언은 남성동성애보다 훨씬 사회적으로 용납받지 못했다. 따라서 바울은 통념에 기대어 설득력있는 레즈비언반대를 먼저 언급
@paniscoelicus
"자연에 거스른다"라는 표현은 스토아주의의 관점에서 해석을 할 수도 있는데, 실제 이 구절들에는 스토아철학의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므로 가능한 해석이다. 스토아에서 자연은 이성적우주를 말하며 인간본성은 그 일부. 자연에 따르는 행위는 이성적,본성적행위.
@paniscoelicus
스토아에서 적절한 행위(befitting)라는 전문용어는 카테콘인데 바울도 이 용어를 해당구절에 사용. 카테콘은 동, 식물, 인간모두에게 다 적용되는 개념인데, proper function, appropriate action등으로 번역된다.
@paniscoelicus
식물에도 카테콘이 있으므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카테콘, 즉 적절한, 자연에 따르는 행위는 각 객체의 본성에 따르는 행위 혹은 상태이다. 바울이 이런 견해를 따르고 있는 것이라면, 동성애가 인간의 태생구조에 따르는 적절한 행위가 아니라는 관찰을 한 것.
@paniscoelicus
바울은 현대적 의미의 sexual orientation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당대의 보편적인 관찰과 개념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바울이 현대의 연구가 밝혔듯이 동성애가 동물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어떻게 생각했을까?
@paniscoelicus
로마서1장에서 동성애는 중상꾼, 불손, 오만, 허풍쟁이, 모략꾼, 부모불순종, 우둔, 신의 없음, 비정, 무자비와 동급의 죄로 거론된다. 로마서에선 이게 다 무려 사형죄! 초기기독교문헌에선 내가 아는 한, 죄의 경중은 "성령을 거스리는 것"빼고는 없다
@paniscoelicus
만일 동성애가 신의 진노의 결과라면 앞에서 열거한 일반적 비도덕행위 역시 신의 진노의 결과. 매일 오만하고 시기하는 크리스찬들은 그럼 어떡할거임? 그런 죄를 매일 용서받는다면 동성애는? (나는 여기서 신학을 떠나"기계적 논리"의 측면에서 말하고있다).
@paniscoelicus
그럼 바울은 왜 굳이 동성애를 이방인의 죄된 상태를 기술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언급했을까? 로마교회의 다수를 차지한 이방인들 (남성간 동성애에 대해 개방적견해를 가지고 있었을)을 고려할 때 수수께끼.
@paniscoelicus
로마서주석을 20년넘게 걸려 완성한 R.Jewett에 따르면, 바울은 주인과 노예사이의 동성성행위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주인의 노예성착취를 경험한 많은 하층계급의 로마교회 구성원들에게 바울의 동성애"기소"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
@paniscoelicus
이상 허접한 주석을 해보았습니다. 제 트윗은 역사비평적 주해였고 현대인의 윤리적 함의를 다루려면 이를 바탕으로 더 폭넓은 해석학의 통찰이 필요한데 이는 제 범위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paniscoelicus
아울러 로마서1장에서 바울이 기술하는 "죄"는 5-7장에서 그가 기술하는 우주적 힘으로서의 죄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바울자신의 견해가 아니라 그의 대적자의 견해를 그가 요약하는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Comment

Login and hide a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