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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osed7203
시험 다가오니까 애들이 미친듯이 이메일을 보내는데 원래 내 학생이 아닌 애들이 자꾸 나에게 곤란한 이메일을 보낸다 (시험 2시간 남았는데 문제 좀 달라고 하거나). 물론 내가 기본적으로 이 수업에서 클래스룸에 말을 더 많이 해서 나한테 올 수도 있지만
. @closed7203
전에 모 교수님이 한 말씀이 생각나는. 남자와 여자 교육자가 있을떄 애들이 여자를 더 만만하게 보고 곤란한 부탁을 더 쉽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데드라인을 연장해달라거나, 이런 사정이 있으니 봐달라거나, 여자가 더 '온정적'일 거라고 생각한다는거
. @closed7203
물론 이 수업에서 훨씬 더 온정적이고 부드럽고 쉽게 주무를 수 있는 건 남자인 션 쪽으로 나는 옆에서 "야야 그거까진 못해줘. 사람이 단호할 땐 단호해야 되는거야"하는 못된 TA타입임. 채점도 내가 더 가혹하게 하고 규칙도 내가 더 엄하다
. @closed7203
그리고 우리는 그걸 수업에서 충분히 어필해왔다고 생각했는데 항상 "나는 반대했지만 션이 봐주쟤서 봐주기로 했어."라고 말한다구. 그러나 시험이 닥쳐서 '제발 부탁이니까 문제 좀 보내주세요'라는 이메일을 수십개 받고 있는 것은 나..션도 이렇게 받을까?
. @closed7203
이것을 내 학생들만 보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나랑 한 번도 메일을 주고받은적 없는 션네 학생들이 우르르 나한테 문제 좀 보내주세요. 교실 좀 알려주세요. 이거 답좀 알려주세요- 이러고 있는 것을 보며 '…너희 남자 TA한테도 똑같은 질문 한거 맞냐?'
. @closed7203
여자고 비백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매번 갸웃거리며 "남자인 TA한테도 이렇게 대할까?" "백인인 TA한테도 이렇게 대할까?"라고 질문하게 되는 것. 그리고 그 답의 일부는 결국 알지 못하고 누군가는 이걸 피해망상과 예민함으로 치부할 거란
. @closed7203
그런데 이 질문은 진짜 여자 학자라면 평생 하는 질문 같음. 우리 과에 하버드 나오고 풀브라이트부터 받을 수 있는 메이저한 장학금은 다 받고 완전 미친 커리어를 밟는 러시아사 하는 젊은 여자교수님 있는데 그분이 어떤 애가 방학 다되어서 과제내달라고
. @closed7203
미친듯이 졸라서 말빨에 거의 넘어갈 뻔 했는데. 근데 그 말을 듣다가 순간 "…. 내가 남자 교수라도 얘가 나한테 이랬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무리 높이 올라가고 아무리 유능해져도 끝없이 되묻게 되는 질문.
. @closed7203
그리고 그런 생각도 함. 이 수업의 교수님은 남자인데 애들이 뭐 좀 해달라고 하면 되게 차갑고 단호하게 "지금 그 질문 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냐?" "싫으면 드랍해" 막 이런 식으로 잘라버리시거든. 근데 이의를 제기하는 애를 내가 본 적이 없는데
. @closed7203
그런데 대체로 남자가 이러면 강하고 단호하게 여겨지지만 여자가 이러면 감정적이고 신경질적인 걸로 여겨진다고. 그게 또 여자의 선택을 더 온정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내가 단호하게 끊으면 상대가 신경질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니까
. @closed7203
아 물론 미국에서 받는 성차별을 한국에서 받는 것과 등치시킬 수는 없는 것이죠. 내가 기본적으로 이런쪽에 예민한 코호트에 있기 때문이지만 여기 있으면서 학내에서든 밖에서든 성차별 발언 들어본 적 없고 택시타면서 개저씨 만날까봐 마음 안졸여도 되고
. @closed7203
그리고 기본적으로 내 작은 코호트 안은 일단 지도교수님 두분 다 여자시고 학생도 대부분이 여자인데다가 다들 페미니스트인건 둘째치고 거의 80년대부터 중국 여성사를 지탱해온 분들이고 내가 여자고 외국인이라고 학문적 성과를 차별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 @closed7203
그러나 그 작은 코호트 안에서 마치 성차별따위 모두 사라진 것 같은 그런 착각안에서 살 수는 없는 것임. 뛰쳐나오면 끝없이 마주한다. 아무도 내가 여자라 만만하다고는 소리내서 말하지 않음. 그래도 그렇게 여겨지고 차별이 끝나지 않는 것이다
. @closed7203
근데 알 수 없는 일임. 내가 클래스룸에 더 많은 공지를 올리니까, 그래서 내가 더 눈에 띄니까, 금요일에 내가 더 많은 문제에 답했으니까 나한테 이메일 폭탄이 왔는지도 모름. 모든 요소를 거세하고 완벽히 젠더만이 유의미한 세계는 만들기가 힘들다
. @closed7203
혹은 정말로 만만해 보였다곤 해도 그게 내가 여자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내가 원래 동그랗고 좀 만만하고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이기 때문인가? 사람들이 정말로 남자 티에이에겐 메일을 안보냈다면 그게 정말 남자여서 인가?
. @closed7203
이런 모든 요소들을 다 제거하고 완벽하게 젠더가 바로 원 앤 온리 이유였다!란 말을 하기는 힘듦. 그러나 그렇다면 어째서 여자인 티에에가 이런 좇같은 일을 압도적으로 많이 겪는 패턴이 생기고 마는가? 그게 문제인 것이다
. @closed7203
운이 좋은 것은 내가 "이거 설마 내가 여자여서 그래?"라고 말할 때 "에이 니가 예민한 거겠지"가 아니라 "실제로 여자 티에이가 더 만만하게 여겨지고 더 온정적으로 여겨진단 통계가 있지... 역시 성차별 문제가 있어"라고 말하는 동료들과 함께란 것
. @closed7203
그게 큰 차이를 만든다. 함께 일하는 동료도 날 고용한 교수님들도 모두 이런 성차별과 인종차별이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걸 계속 의식하고 가시화해야 한다고 대부분은 동의하고 있단 거. 그렇다고 학생 멱살잡고 '시발 내가 여자라 만만하냐?'할순 없지만
. @closed7203
하하하 시험 감독 끝나고 백인 남자인 다른 티에이한테 넌 학생들한테 이런 질문 요청 받았냐? 지난 주말부터 메일이 단 하나도 온게 없다고 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pic.twitter.com/bdpXZZyi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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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osed7203
동양인 여자로 살기 참 좆같고만... 하고 숲에서 허탈하게 웃었다...
. @closed7203
이건 내가 여자라서인가? 백인 남자였다면 이런 일을 안겪었을까? -> 안겪음ㅋㅋㅋㅋ twitter.com/han_kyudong/st…
. @closed7203
너무 웃긴게 다 끝나고 나서 교수님이 "애들이 막 질문 하고 그러디?" 이러니까 동시에 "죽는줄 알았어요 메일 40통은 보낸거 같아요. 막 2시간 전에 문제 보내달라 이런 애도 제가 네명은 봤어요 (나)" "아뇨…? 아무 이메일도…(백인인남캐)"
. @closed7203
나 육성으로 뿜고 그 백인 티에이가 진짜 당혹스러워하면서 "애들이 메일을 보냈어?? 질문을 보냈다고??" 얘가 받은 유일한 이메일. "얘 학생"이 나한테 질문해서 내가 정리해보내면서 '너 페이퍼 안내면 낙제해;ㅁ;'했더니 나한테 답장하며 얘 CC한거
. @closed7203
근데 이게 특별히 굉장한 악의를 갖고 하는 짓이냐면 아마 아니겠죠. 그냥 정말로 동양인 여자인 내가 좀 더 만만하고 좀 더 온정적으로 보이고 그러니까 조금 무리한 부탁을 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전부 다 나한테 오다니…

Comment

Chirpstory Editor @chirpstory_ed 11/02/2016 14:46:57 WIB
thank you for sharing with Chirpstory!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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