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디지털 리터러시 뿐 아니라 '우편을 통한 사무처리'의 역사가 일천하여, 일관된 이메일 예절 혹은 프로토콜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니까, 상대방이 생각하는 '예의'를 이쪽에서 좀 더 고려해서 보내고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수업조교했을 때 한 교수님은 '이메일 제목에 학생 이름, 학번, 수업명 말고 다른 거 쓰면 감점'이라고 한 다섯번쯤 반복해서 말했지만 꼭 ^^ 이러는 애들이 있었음. 조교인 나는 눈물을 머금고 다 체크. 그런 거죠 뭐.

과제 보내는 메일에서 '학생과의 스킨십'을 느끼고 싶어하는 외로운 남자의 수업을 들을 때는, 알아서 좀 그 사실을 깨닫고 그에 맞춰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토콜의 부재로 인해 사소한 일에서도 자력구제의 스킬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눈치껏 하는 게 최선이고 어디서나 눈치를 봐야 하고 눈치 없으면 민폐 정도가 아니라 사단이 날 수가 있다.

생면부지의 상대방에게 원고 청탁 등을 할 때 먼저 '공손하게 문자를 드린 다음 (메일/전화로)연락해야 한다'고 한바탕 훈수를 두는 사람도 있으니 대체 '예의'를 논하는게 뭔 의미가 있나? 뭐가 '예의'이고 아닌지 최소한의 합의된 부분이 없구만.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을 받으면 '상대방이 내게 와서 말을 한다'고 인식합니다. 그러니까 이메일을 보내기 전에 문자로 '노크'해야 하고, 이메일은 직접 만나뵐 때의 그 말투로 작성되어야 하며, 상대방의 이메일을 Re: 로 보내는 것도 안됩니다.

@JeongtaeRoh 메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하도 많아서 급하거나 중요한 일이면 전화나 문자로 반드시 알립니다. 메일은 거들 뿐-_- .

@pimodan '아직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해서요'가 제법 타율 좋게 먹히는 익스큐즈죠. 그래서 우리는 '상대가 받을 때까지 나는 전화를 건다' 문화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수신확인', 즉 내가 보낸 이메일을 상대방이 읽었는지, '시발 니가 내 말을 듣긴 들었는지' 확인하는 기능을 만들기까지 한 것입니다. 심지어 한 걸음 더 나아가 @메일이 아닌 #메일을 만들겠다고 덤비고 있음.

@pimodan @JeongtaeRoh 업무 전달 사항을 메일로 보냈는데 처리가 안돼서 사고나고 메일보냈는데 왜 처리안했냐고 클레임했더니 메일 보내고 왜 바로 연락을 안했냐고 되려 저를 게으른 사람으로 몰아붙이던 업체분이 생각나네요.